밤 9시, 아기를 재우고 옆에 앉아있었습니다.
우리 아기는 잠들고 나서 꼭 깨기 때문에 달래주려고요.
남편이 방문을 열고 급하게 나오라는 손짓을 했지요.
나가보니 남편이 교회 친구들 단톡방을 보여주면서 지금 금요철야예배에서 아버님께서 안수집사 은퇴식을 하시는데 친구들이 안 오냐고 연락한 거였습니다.
남편이 몰랐다며 지금 당장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아기 자야 하는데 어떻게 데리고 가냐고 했습니다.
찾아보니 예배가 9시부터여서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남편은 급하게 나갈 채비를 했고 제가 안 가면 사람들이 와이프랑 아기는 왜 안 왔냐고 물어볼 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밤에 애기를 어떻게 데리고 가냐고 했지요.
정 원하면 데리고 가겠다고 했는데 남편은 제가 움직이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채비를 하고는 저한테 '조금 실망이다'라고 하면서 문 닫고 나갔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시댁 단톡방을 보니 시누도 모르고 있어서 남편이 불렀더라고요.
시누는 남편이 코로나에 걸려서 시댁에 피난 와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아버님과 같이 사는 데도 어머님도 시누도 몰랐다고 하네요.
남편은 11시가 넘어 돌아와서 '너만 안 왔어! 너만!'이라며 다른 집은 아기들도 다 데리고 왔는데 우리 집만 안 왔다고 화를 냈습니다.
저는 아기 때문에 못 간 거라고 했지만 남편은 제가 갈 생각이 없었다고 당연히 얘기하면 바로 채비하고 갔어야 했다고 했습니다.
집안의 일원이라고 생각을 안 한다고 이전 일까지 끌어와 감정을 쏟아냈고 아버님께서 손녀를 찾으셨다고도 했습니다.
아기가 하룻밤 좀 못 잔다고 무슨 일이 나냐고 다른 집 아기들도 다 왔는데 우리 아기만 다르냐고 했습니다.
저한테 정말 실망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안하다고 하면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버님께 미안하다고 하라며 저한테 실망을 여실히 드러냈고 화가 많이 났고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잘 거라고 화장실에 가면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저는 아기방에 들어와서 생각에 잠겼는데 남편의 짜증 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는 하나님 열심히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임직에 대해선 사실 잘 몰라요.
이게 이 정도의 일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갑자기 알게 된 은퇴예배에 한겨울에 돌도 안된 잠자는 아기를 오밤중에 바로 데리고 나가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까지 사고가 미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시댁에 소홀하다는 생각을 단단히 마음에 둔 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 마음이 어렵습니다.
자는 아기 옆에서 울고 있기도 힘들어서 진정하려고 거실에서 창밖을 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정적인 마음이 자꾸 들더라고요.
설마 우울증상이 있나 하고 나 자신에 너무 놀랐습니다.
그 찰나에 방에서 아기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감정이 자는 아기에게도 전달되는 걸까요.
아기도 제 마음도 달래지지가 않아서 한참을 울면서 재웠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새벽 1시, 수시로 깨는 아기를 반복해서 재우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적어 봅니다.
어떻게 하면 오해 없이 남편과 지혜롭게 소통하며 살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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